권오봉 박철호 권오봉 박철호 : Ripple_line - 무위감각
2025.08.20 - 09.13안현정(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이 전시는 권오봉(Kwon O Bong, 1954~)과 박철호(Park Chelho, 1965~), 두 작가의 회화적 호흡이 감각의 여백 위에 퍼져나가는 방식에 주목한다. 선의 흐름과 빛의 물결, 그 둘의 진동이 ‘무위(無爲)’의 시간 속에서 하나의 파장으로 엮이는 점을 포착한 것이다. 권오봉의 선(線)은 숨결처럼 화면 위에 감각의 구조를 세우고, 박철호의 파동(波動)은 빛의 떨림처럼 스며들며 자연의 잔영을 흔든다. ‘Ripple_Line’이라는 제목은 두 작가가 공유하는 시각적 단위를 은유하며, ripple(파문)과 line(선)이 만나는 지점을 곧 ‘빛이 선에 닿는 자리(Where Light Touches Line)’로서 명명된다. ‘Ripple_Line’은 서로 다른 감각의 궤적이 포개지는 시점이며, 조형이 사유가 되고 감각이 시간으로 이어지는 장소다. 두 작가의 작업은 병치가 아니라 교차이며, 반복이 아니라 울림이다. 물결처럼 퍼지고 선처럼 머무는 이 전시는, 시각을 넘어 존재에 스며드는 감각의 전이(轉移)를 관객에게 건네고자 한다.
권오봉 작가의 선은 한 점에서 시작해 끝없이 이어지는 흐름을 가진다. 정해진 형상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를 따라 굽이치며 시간의 층위를 만든다. 작가의 선은 무언가를 그리는 선이 아니라, 화면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공간에 감각을 불어넣는 존재다. 선 하나하나에는 숨겨진 호흡과 정서가 스며 있고, 그 여백은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다. 붓 끝의 사유는 점묘가 아닌 기(氣)의 순환처럼 이어지며, 비어 있음 속에서 가득 찬 움직임을 내포한다. 작가는 그리기보다 듣고, 만들어내기보다 드러내기를 택한다. 그의 화면은 언어 이전의 감각, 행위 이전의 움직임, 의도 이전의 직관을 담는다.
박철호 작가는 물결을 그린다기보다, 물결이 되고자 한다. 작가의 화면은 무수한 색채의 결이 서로를 비추며, 덧칠되고 번지고 스며드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표면이 되어간다. 빛과 색은 그의 회화 안에서 하나의 숨결처럼 이어지고, 시간은 겹겹이 쌓인 물감의 층 사이로 흐른다. 반복적이면서도 섬세한 붓질은 파문처럼 감정을 일렁이게 하고, 수면 아래 잠긴 기억의 입자들을 떠오르게 만든다. 작가는 형상을 완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형상이 무너지는 순간, 가장 깊은 정서가 피어나기 때문이다. 작가의 회화는 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감각의 사건이며, 물질과 시간의 중첩 속에 떠도는 의식의 단면이다.
《Ripple_line - 무위감각》은 두 작가가 쌓아온 시간과 감각의 밀도를 하나의 파동으로 겹쳐낸 자리다.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본질적인 감각을 더듬는 조용한 태도이며, ‘감각’이란 시각을 넘어 마음이 반응하는 진동이다. 이 전시는 그 진동이 시작되는 자리, 선과 파문이 만나면서 생겨나는 존재의 떨림을 느끼는 자리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두 개의 회화가 아니라, 그 사이에 흐르는 ‘무위의 감각’ 그 자체일지 모른다.
권오봉
개인전
박철호
개인전
WORKS
DANCING III
권오봉 박철호
권오봉, DANCING III, Acrylic on canvas, 162x130cm, 2021Untitled
권오봉 박철호
권오봉, Untitled, Acrylic on canvas, 117x91cm, 2022DANCING III
권오봉 박철호
권오봉, DANCING III, Acrylic on canvas, 91x91cm, 2022Untitled
권오봉 박철호
권오봉, Untitled, Acrylic on canvas, 65.2x53.3cm, 2023shimmering ripple2504
권오봉 박철호
박철호, shimmering ripple2504, Acrylic on canvas, 115x95cm, 2025shimmering ripple2502
권오봉 박철호
박철호, shimmering ripple2502, Acrylic on canvas, 90x75cm, 2025shimmering ripple2503
권오봉 박철호
박철호, shimmering ripple2503, Acrylic on canvas, 90x75cm, 2025Ripple2512
권오봉 박철호
박철호, Ripple2512, Acrylic on canvas, 72x64cm, 2025Ripple2342
권오봉 박철호
박철호, Ripple2342, Acrylic on canvas, 53x53cm, 2023Ripple2501
권오봉 박철호
박철호, Ripple2501, Acrylic on canvas, 53x53cm, 2025T. 02 565 0340 | E.clartcompany@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