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훈 신영훈 : Inkscape 먹:경(墨:景)

2025.11.12 -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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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미술평론가 · 예술철학박사)

 

한국 최고의 수묵화가로 평가받는 신영훈 작가의 전시 《Inkscape 먹:경(墨:景)》은 오랜 시간 구축해온 수묵인물화와 수묵풍경의 세계를 하나로 엮은 자리이다. 어제와 오늘을 잇는 다양한 작업들이 신작과 더불어 펼쳐지며, 작가의 회화적 궤적과 감성의 결이 조용하지만 깊은 여운으로 이어진다. 먹(墨)’은 단순한 재료가 아닌 존재의 물질이고, ‘경(景)’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시선의 지평으로 확장된다. 신영훈 작가의 인물화는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정체성을 탐구해온 기록이며, 풍경화는 자연과 시간, 존재의 흔적을 성찰해온 여정이다. 《먹:경》은 이 두 흐름을 하나로 엮어 ‘인물 속 풍경’과 ‘풍경 속 인물’의 공명 구조를 만들어낸다. 작가에게 인물은 더이상 고립된 주체가 아니라 세계의 일부이며, 풍경은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이다. 먹빛의 농담과 여백, 붓의 맥동과 번짐은 인간과 자연, 감정과 시간의 상호작용을 시각화한다. 이러한 회화적 언어는 동양의 심경(心景) 개념, 즉 “마음이 곧 풍경이다”라는 미학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결과이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신영훈 작가가 수묵의 형식을 통해 ‘감응의 회화’를 구축했다는 데 있다. 작가의 붓은 단순히 형상을 옮기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을 번역하는 신체의 연장이다. 먹의 번짐은 시간의 숨결이며, 농묵의 깊이는 존재의 중량을 드러낸다. 인물의 눈빛은 풍경의 수평선으로 이어지고, 산수의 윤곽은 인간의 감정선과 교차한다. 작가는 인물의 표정을 통해 세계를 읽고, 풍경의 빛과 기운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수묵은 더 이상 과거의 양식이 아니라, 감정의 물질이자 시대의 언어로 갱신된다. 《Inkscape 먹:경》은 또한 ‘디렉터의 시선(Director’s Gaze)’에서 ‘감응의 시선’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신영훈 작가는 과거 인물화에서 감독처럼 장면을 연출하고 인물의 내면을 드라마틱하게 제시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그 연출적 시선을 자연과 인간의 상호적 응시로 확장한다. 작가는 더 이상 인물을 ‘보여주는 자’가 아니라, 세계의 숨결을 ‘함께 보는 자’로 자리한다. 작가의 붓끝은 무대의 조명처럼 인물과 풍경을 동시에 비추며, 존재와 공간의 경계를 허문다.

 

수묵풍경의 장면에서 먹빛은 시간의 층위를 품고, 인물화의 선은 감정의 진폭을 드러낸다. 여백은 침묵의 공간이자 감정이 숨쉬는 공기이며, 그 공백 속에서 인간과 자연은 하나의 리듬으로 호흡한다. 신영훈 작가의 ‘먹:경’은 바로 이 감응의 리듬, 존재와 세계가 서로를 인식하는 순간의 진동을 포착한다. 작가에게 있어 수묵은 전통의 언어이자 동시대의 감각이며, 회화는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을 남기는 과정이다.

 

전시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으로, 동시대 한국화가 나아가야 할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그것은 재현의 회화가 아닌 감응의 회화이며, 형식의 복원이 아닌 감각의 확장이다. 신영훈 작가는 먹의 깊이에서 인간의 시간을, 경의 울림에서 세계의 숨결을 끌어올린다. 작가가 만들어낸 ‘수묵의 경(景)’은 결국 존재의 감각이며, 감정의 풍경이다. 먹빛이 번지는 그 경계에서, 우리는 다시금 묻는다. “회화란 무엇인가, 그리고 살아있다는 감각은 어떻게 그려질 수 있는가.”

  • 신영훈

    2005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미술학전공 졸업
    2007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동양화전공 졸업
    2014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한국화전공 박사과정 수료
  • 개인전

    2024 Director's Cut:His History / 초대전(갤러리엘르, 서울)
    2022 Inter-View; 사이의 질문들 / 초대전(갤러리아트리에, 성남)
    2022 생경(生鏡), camouflaged scene / 초대전(갤러리 엘르, 서울)
    2019 Director's Cut / 신영훈 개인전(그림손갤러리, 서울)
    2019 Director's Cut / 초대전(CJ ONE Gallery, New York)
    2018 ‘What art you thinking?'/ 초대전(Noeli Gallery, Sanghai)
    2018 필름 시퀀스/ 초대전(갤러리 2U, 서울)
    2018 Paradox/ 초대전(K&P Gallery, New York)
    2017 음유(陰柔)적 Cliche(갤러리 엘르, 서울)
    2015 Hard-boiled/ 초대전(갤러리 엘르, 서울) 외 다수
  • 단체전

    2025 한국미의 레이어, 황창배와 한국화展(황창배미술관, 서울)
    2025 원아트 타이페이 아트페어(Hotel Metropolitan Premier Taipei, Taipei)
    2024 Sometimes We're;때때로 우린展(갤러리 엘르, 서울)
    2024 수묵무진展(지누e음갤러리, 안양)
    2024 한국미의 레이어展 (아트조선스페이스, 서울)
    2024 성균관대학교박물관 60주년 특별전<잔치, Re-Museum>(성균관대학교박물관, 서울)
    2024 원아트 타이페이 아트페어(Hotel Metropolitan Premier Taipei, Taipei)
    2023 나아가다, Make Headway(갤러리엘르, 서울)
    2023 Somebody’s Portrait(Ao?t Gallery, Lebanon)
    2023 Fluffy Fellowship(Liberty Gallery, Japan) 외 다수
  • 수상 및 소장처

    2014 제46회 일본 신원전-수작
    2010 제11회 한국미술대상-우수상
    2006 청년작가조망전-최우수작가상
    2005 대한민국 신진작가 발언전-우수상
    태영그룹, LS일렉트릭, 몽양여운형기념관, 성균관대학교박물관, 개인소장 등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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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s Cut>, 광목에 수묵채색, 138x100cm, 2025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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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s Cut>, 광목에 수묵채색, 108x39cm, 2022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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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s Cut>, 광목에 수묵채색, 91x65cm, 2023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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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s Cut>, 광목에 수묵채색, 70x56cm, 2024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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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s Cut>, 광목에 수묵채색, 70x55cm, 2024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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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or's Cut>, 광목에 수묵채색, 70x42cm, 2024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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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M>, 종이에 수묵, 33x45cm, 2025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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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종이에 수묵, 33x45cm, 2025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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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 종이에 수묵, 42x57cm, 2025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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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욱>, 종이에 수묵, 33x45cm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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